⠀ 썸네일형 리스트형 프롤로그 계단을 올라 시부야역 밖으로 나오자 휘황찬란한 거리의 불빛과 엄청난 인파가 시야에 들어왔다. 11월도 중순이 지났건만 이마에 땀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끼며 아카리는 토큐백화점 쪽을 향해 걸었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 보였지만 누가 뭐라 해도 지금 여기서 가장 들뜬 사람은 자기일 것 같았다. 아카리는 토큐백화점 앞에 도착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지도 앱에서 레스토랑 벨라돈나의 위치를 확인한 후 안내에 따라 걸었다. 갑자기 손에 든 스마트폰이 진동하면서 화면에 코헤이의 이름이 표시되었다. “여보세요? 나 거의 다 왔어.” 아카리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미안…. 오늘 못 갈 것 같아….” 코헤이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아카.. 더보기 프롤로그⠀ 무더운, 한여름 밤─. 훤칠하게 키 큰 남자가 건물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랐다. 발소리를 죽이면서 한 단, 한 단, 천천히. 이마에는 슬그머니 땀이 배고, 얇은 입술은 무언가를 결의한 듯 굳게 닫혔다. 계단을 일곱 단쯤 올랐을 때, 남자는 걸음을 멈췄다. 손때 묻은 검은 힙색을 열고 안에서 접이식 군용 칼을 꺼냈다. 투박하고 검은 칼자루. 그 안에서 두툼한 칼날을 끄집어냈다. 아직 지문 하나 묻지 않은 칼날이 계단 조명을 둔하게 반사했다. 남자는 후우… 하며 짧은 숨을 뱉고 이마에 맺힌 땀을 손목으로 닦은 다음 칼을 오른손으로 고쳐 쥐었다. 그리고 다시 계단을 올랐다. 2층 오른편에 침실 문이 있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황동제 문손잡이를 천천히 신중하게 비틀었다. 찰칵…. 희미한 소리가 나며 문손잡이.. 더보기 이전 1 다음